비상금을 만들어두고 나서 달라진 것들
비상금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대로 인식한 건 예상치 못한 지출이 한꺼번에 몰렸을 때였다. 갑자기 병원에 가야 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나왔고, 같은 달에 핸드폰 수리까지 겹쳤다.
그달 월급은 고정 지출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 예상치 못한 지출까지 더해지니 그달을 버티는 게 정말 빠듯했다. 그때 처음으로 비상금이 없다는 게 이렇게 위험한 거구나 싶었다. 그 이후로 조금씩 비상금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얼마가 적당한지도 몰랐고, 어디에 두는 게 맞는지도 몰랐다. 하나씩 알아가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고, 비상금이 생기고 나서 생활이 꽤 달라졌다.
비상금은 월급 통장과 따로 두는 게 핵심이다
처음에는 그냥 통장에 남겨두면 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통장에 있으면 잔액이 있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쓰게 된다. 비상금인지 생활비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상금 전용 통장을 따로 만들었다. 은행 앱에서 별도 계좌를 만드는 게 어렵지 않았다. 이름도 "비상금"으로 설정해뒀다. 이렇게 하면 그 통장에 돈이 있어도 "이건 비상금이니까 쓰면 안 된다"는 인식이 생긴다. 눈에 보여도 손이 덜 간다.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 기준이 필요하다
비상금 목표 금액을 처음엔 막막하게 생각했다. 얼마면 충분한지 기준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월 고정 지출의 3개월치가 안전하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그걸 목표로 잡으면 너무 멀게 느껴진다. 나는 처음 목표를 50만 원으로 잡았다. 갑자기 병원을 가거나 기기가 고장 나는 정도의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50만 원이 모이면 그다음 목표를 100만 원으로 올렸다. 한 번에 큰 금액을 목표로 잡으면 지치는 경우가 많다. 작게 잡고 하나씩 달성하는 게 훨씬 오래간다.
비상금이 생기고 나서 가장 달라진 것
비상금이 생기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겼을 때 당황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예전엔 갑자기 돈이 나갈 일이 생기면 그달 생활비를 쪼개거나, 카드를 쓰거나, 지인한테 잠깐 빌리는 상황이 생겼다. 그게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지금은 비상금 통장에서 꺼내면 되니까 그런 상황이 없어졌다. 물론 비상금을 쓰고 나면 다시 채워넣어야 한다. 그 달에 비상금을 썼으면 다음 달부터 조금씩 다시 채운다. 다 쓴 게 아깝다는 생각보다,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더 든다. 비상금은 투자나 재테크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 같다. 기반이 없으면 갑자기 찾아오는 지출 하나에 흔들리게 된다. 50만 원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가는 것,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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